신의

드라마틱한 작품의 소재로서의 공노커플 이야기

역사 사랑 2012. 10. 3. 09:45

"신돈"이나 "신의" 속의 공민왕, 노국공주 커플을 보면 볼수록 한국의 사극 드라마로만 머물기엔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월터 스콧의 "람메르무어의 신부", 베르디의 "아이다" 같은 세계적인 고전이랑 비교해서 애절함이나 비극성에서 절대 덜하지 않은데... 베르디, 바그너, 푸치니가 공노커플의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세계적인 명작 오페라로 이미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인 "투란도트"는 노국공주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몽골 공주의 이야기가 서구로 전해져 오페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공노의 이야기는 허구도 아니라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 아닌가? 그 둘의 사이의 연모와 은애함이 얼마나 절절한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신화나 전설처럼 보이게 할 정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국의 저명한 소설가가 역사에 기반한 팩션 소설을 멋지게 써서 온 세계로 번역되어 읽히고 세계적인 작곡가에 의해 오페라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좋은 컨텐츠가 한국에서만 소비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절절한 사랑에 초점을 둔 팩션 드라마도 나왔으면 좋겠다. 다만, 두 사람의 사랑의 역사적 결말이 너무나도 마음 아팠다는 점을 감안해 조선, 일제강점기 또는 해방, 현대를 거치며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그 와중엔 정말 행복한 엔딩을 맞는 생애를 넣는다면 실제 비극적 결말이 덜 아프게 다가올 것 같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스토리를 드라마화 하는데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는게 바로 비극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암울하고 불행한 사건으로 목적되어진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않는 일반 시청자들이 맘이 안가게끔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니, 고려시대의 역사적 사실로서의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스토리를 중심축으로 하되, 이를 상쇄할 만한 행복한 결말의 에피소드를 환생이라는 틀 아래 가능케 한다면 시청자들의 흥미와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신의 속 임자커플, 영공라인, 은노라인 다 지지하지만 그래도 가장 맘 아픈 커플은 공노이다. 그 사랑의 결말이 어떤지를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드라마상 서브롤로만 써먹기엔 공노의 사랑의 깊이나 반향이 너무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