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8회-버림으로써 얻는다
신의도 이제 슬슬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라 그런지 나날이 사건 진행이 다이나믹해지고 있다. 공민왕 부부가 현고촌에서 어찌되었든 궁으로 복귀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 과정을 스릴 넘치게 과연 어떻게 그려낼 지 궁금했었다. 덕흥군을 손쉽게 이겨서 무난히 궁으로 입성했더라면 극적 긴장감이 떨어졌을 터. 공민왕을 지키던 우달치 무대의 목숨값을 크게 치르며 아주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궁으로 입성을 했기에 그 과정이 나름 긴장감 있게 잘 그려진거 같다.
그렇게 궁으로 돌아온 공민왕은 덕흥군에게 이 세상에서 뭐가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데, 평소에 머리가 잘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덕흥이 이때만큼은 오답을 던져버린다. 이 사람이 도대체 생각을 하고서 이런 답을 하는지 의구심이 갈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 세상에서 "나"가 제일 중요하다고 그런다. 그말을 듣고선 공민왕이, 자기가 그래도 숙부보단 나은 왕이 될 거 같다는 말을 한다. 덕흥은 자신의 욕망 추구를 위해 왕이 되고자 하고, 공민왕은 백성들을 보살피는 왕이 되고자 하는 것. 단편적인 사실만 놓고 볼 때, 전자가 딱히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 욕망에 따라 움직이며 살아가는게 남에게 굳이 피해주지 않는 한, 금지되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허나, 이는 일개 개인으로 살아갈 땐 문제가 안되지만 지도자일땐 문제가 되는 인생관이다. 이미 "지도자"란 말 자체가 의미하는게 내가 아닌 남을 앞에 나서서 같이 이끌어 간다라는 의미일 것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궁극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는 것과는 논리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노국공주는 이제 완전히 공민왕의 부인이자 정치적 조력자이자 어머니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노국공주는 원나라가 자기의 나라"였다"고 말한다. 그말은, 자신의 출생과 근본은 원나라이되 지금은 아니라는 말일 터. 자신의 뿌리와 배경보다 이젠 옆에 있는 공민왕이 노국공주에겐 더 중요한 존재라는 일종의 고백성사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적어도 공민왕과 당시 고려 백성들에게 있어서는)인 고려와 원 사이에서 노국공주는 "원나라의 공주"라는 자의식을 버림으로써 "공민왕의 비"가 되었고, 결국에 가선 공민왕이 바라보는 모든 세상이 되었다.
덕흥군은 결코 버릴수 없는 "나"로 인해 한나라의 통치자인 왕이 될 수 없었고, 노국공주는 "원의 공주"임을 버림으로써 한 남자의 정인이자 나아가 고려에서 사랑받는 국모가 된다. "신의"(믿음)가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한 회였다.